변화를 위해서 현장에 대한 파악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왜 그들은 샴푸를 팔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을까? 그것은 우선 많이 아는 자들이 짠 전략과 실제 전략을 실행에 옮겨야 하는 현장 당사자 사이에 어마어마한 괴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샴푸를 해주는 직원들이 샴푸를 팔지 않은 이유를 알아내려면 미용실로 가서 직접 알아보는 수밖에 없다. 많이 아는 자들끼리 앉아서 만날 토론을 해봐도 적절한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미용실로 가야 한다! 현장에 가서 확인하면 사회학자와 많이 아는 자의 결정적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현실은 그들이 처한 직업환경 속에서만 알아볼 수 있다는 것이 사회학자들의 입장이며, 갖고 있는 서류와 자료들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는 것이 많이 아는 자들의 입장이다. 둘의 입장 차이가 있지만 분명한 사실은 샴푸를 해주는 직원들이 샴푸를 팔지 않는 이유를 알아보는 방법은 미용실에 가보는 것밖에 없다는 것이다. 회사에 앉아 탁상공론만 해댄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프랑수아 뒤퓌는 곧장 미용실로 달려가 첫 번째 사실을 목격한다. 광고 전략은 각 미용실 사장들과 얘기가 되었고, 그 다음으로 샴푸를 해주는 보조 미용사들에게 전해졌다. 하지만 한 미용실에는 사장과 보조 미용사만 있는 게 아니다. 사장, 전문 미용사(헤어디자이너), 그리고 그들을 보조하는 미용사들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아뿔싸! ‘전문 미용사’를 깜빡하다니! 이제 각 직원들의 역할을 이해하기 위해 사회학자는 미용실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관찰한다.여자들은 머릿결을 자신의 외모를 돋보이게 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미용실을 찾는 손님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의 머리를 잘 감겨주는 것만이 아니다. 어떻게 잘 손질하고 어떻게 잘 가꾸는지를 설명해서 손님을 안심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필요한 사람이 전문 미용사다. 손님의 머리를 관찰한 후 이런 식의 말을 하는 사람이 바로 전문 미용사다. “손님, 지난달과 비교해봤을 때 손님 머릿결이 바뀌었네요.손님은 두피에 유분이 많고 머리칼이 얇으니까 이번에는 이 샴푸를 써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이 샴푸는 그런 머리에 매우 효과가 있답니다.” 어떠한가? 고객들이 내가 유능한 전문가에게 머리를 맡기고 있다는 안도감을 갖지 않겠는가? 이것이 바로 고객이 원하는 것이고, 돈을 들여 미용실을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그 다음으로 샴푸를 해주는 보조 미용사가 나서서 고객의 머리를 감긴다. 여기에도 분업이 적용된다. 그리고 고객에게 샴푸를 골라준 전문 미용사가 직접 샴푸에 나서지 않는다는 사실은 그 미용사가 한 말에 더욱 가치를 부여한다. 미용실의 위계질서에 따르자면 전문 미용사는 당연히 보조 미용사 위에 있다. 일을 시작한 지 훨씬 오래되었고 계급도 높다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보조 미용사들은 젊고 월급도 적다. 또한 전문 미용사가 되는 게 꿈인 사람들이 대부분이다.바로 여기에서부터 현장 상황을 잘 알지 못해 많이 아는 자들이 저지른 실수가 드러난다. 샴푸를 팔기 위해 그저 샴푸를 해주는 보조 미용사들에게만 관심을 가졌던 많이 아는 자들은, 그들이 바라는 것이 그저 돈을 더 많이 버는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보조 미용사들이 정작 원하는 것은 돈을 많이 버는 것만이 아니었다. 바로 전문 미용사로 거듭나는 것!보조 미용사들이 시키는 대로 잘 따라주어 고객들에게 샴푸를 권하고 팔았다고 가정하더라도 이 과정이 전문 미용사와 공유되어 있지 않다면, 전문 미용사는 보조 미용사가 자신의 영역을 침범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전문 미용사와 보조 미용사 사이가 껄끄러워지고 불편해질 것이다. 자칫 보조 미용사의 자리마저 위태로울 수 있다. 자신의 꿈이 산산조각 나는 것이다.이 예에서 우리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 보조 미용사가 샴푸를 팔지 않은 이유는 많이 아는 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 직원이 똑똑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 영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보조 미용사의 영리함은 문제를 바로 해결할 수 있는 단서가 되기도 한다. 우리가 쉽게 생각하는 것과 달리 사회 구성원들의 영리함을 따지는 것이 꼭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발판이 되지는 않는다. 기업 안에서 변화가 제대로 일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직원들의 몽매함에서 오는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 반대로, 직원들은 영리하기 때문에 변화를 막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변화의 진정한 어려움이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