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관념을 넘어 변화한다는 것은?
고정관념은 변화에 저항하는 요소들과 관련된 것이다.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은 변화에 반대하는 세력을 반드시 이겨내야 하는 질병처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역시 변화에 대한 고정관념 중 하나이다. 변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보수세력을 잠재워야 할까? 기본적으로 변화에 반대하는 성향이 인간 심리의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을 위해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다.1995년 12월, 프랑스 전역에는 기차 파업이 한창이었다. 한술 더 떠 철도청 직원들은 전국 곳곳에서 대대적인 거리시위를 했다. 그때 신문의 일면에는 ‘철도청 측 움직임 계속될 것으로 보여’라는 제목의 기사가 났었다. 당시 문제는 철도청 측이 도무지 움직여주지 않아서 일어난 것인데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기사가 난 것일까? 그 이유는 프랑스에서는 일을 멈추고 대대적인 파업을 하는 것을 일컬어 ‘사회 운동’을 한다고 부르기 때문이다. 당시 노동총연맹의 리더였던(그 후 더 높은 자리로 승진) 베르나르 티보가 어느 날 텔레비전 뉴스에 초대되었다. 철도청 파업과 관련하여 한 장관과 토론을 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날 장관은 얼마 전부터 지겹도록 들어온 얘기를 수도 없이 반복했다.“철도청에서는 개정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어요!”이에 베르나르 티보는 굳이 에둘러 말하지 않고 이렇게 대답했다.“철도청 직원들은 개정 정책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잘못 이해하는 부분은 없어요. 단, 그 정책에 동의하지 않을 뿐입니다!”그러고 나서 그는 자신의 입장이 확실히 전해질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였다.“우리 철도청에서 잘못 이해했다고 하시니 어디 장관님께서 저희에게 제대로 설명을 해주십시오. 개정에 대한 설명을 하시는 동안은 협상이 이루어지지 않겠지요? 그리고 협상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우리는 파업을 지속할 것입니다!”베르나르 티보의 말은 우리에게 간단하면서도 거스를 수 없는 한 가지 사실을 상기시킨다. 그것은 바로 그들 입장에서 개인적인 이득이 없는 변화를 거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얻을 바가 없어 굳이 변화를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 과연 우리가 ‘저 사람은 또 왜 저래?’라며 손가락질할 수 있을까?하지만 논리적이고 백번 이해가 가는 베르나르 티보의 말에도 문제는 있다. 한 기관이 원활하게 돌아간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일을 하는 방법과 절차의 99%가 매일 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조직화, 체계화한다는 말은 또 무슨 뜻인가? 돈과 인력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일하는 과정을 고정화시키는 것, 다시 말해 되도록이면 변화를 피하는 것이 아닐까? 변화를 원하지 않는 조직을 비난하는 것은 마치 물은 왜 축축하냐고 비난하는 것과도 같은 이치이다. 조직은 항상 변화에 저항하는 단체일 수밖에 없다. 왜일까? 일을 할 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 그 과정을 고정화시키고는 바꾸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조직은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이루려고 한다. 그러므로 가장 원활하게 일이 진행되는 방법을 택해 그 과정을 고정시키고 더 이상 바꾸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매일 아침 오늘의 전화당번을 뽑는 회사가 있을까? 일단 모든 외부 전화를 받을 안내원을 둔다. 이 시스템이 잘 돌아가면 더 이상 바꾸지 않고 유지하는 것이다.생물학에서도 위와 같은 논리를 찾아볼 수 있다. 환경이 변화하면 생물체 자체도 변화한다는 것이 우리가 갖고 있는 생물체에 대한 생각이다. 이런 생각이 아주 틀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생각이 완전한 것은 아니다. 전문가에게도 생겨나고 유지되는 ‘삶’을 정의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라고 한다.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일리아 프리고진에 따르면, 하나의 삶은 소비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열역학의 균형에서 멀어지기 위해 에너지를 소비하는 그런 구조인 것이다. 균형에서 멀어진다는 것은 환경에 적응한다는 말이 아니다. 그 반대로 변화에 저항한다는 뜻이다. 기온이 하강했을 때 무생물체는 외부 기온의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생물체는 ‘기온 변화’라는 환경의 변화를 거스르며 자신의 체온을 보존하려 애쓴다. 하나의 조직처럼 생물체는 변화에 저항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바꿔 말하면, 생물체가 그렇듯 한 조직에게 변화에 대한 저항은 생존을 위한 첫 번째 조건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기본 조건을 쉽게 잊곤 한다. 왜냐하면 생물체라는 것은 하나의 기업과도 같아서 변화에 대해 끊임없이 저항을 하면서도 알게 모르게 조금씩 그 자신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생물체는 모든 변화에 저항하면서 스스로 조금씩 바뀌어간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본 구조를 보존함과 동시에 더 발전하고 더 커나가기 위해 그 구조를 조금씩 조금씩 바꿔간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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