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에 대한 이야기
어느 조사에 따르면 조직 내의 변화 프로젝트 중 4분의3 혹은 3분의2가 실패로 돌아간다고 한다. 그만큼 기업이 어느 한 부서의 전면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게 쉽지 않다는 말이다. 도대체 바꾸기가 왜 이렇게 힘든 것일까? 이것이야말로 조직 안에서 가장 자주 화두에 오른 질문일 것이다. 어떻게 하면 나와 조직을 좀 더 발전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에게도 전혀 새로울 게 없을 만큼 보편적인 질문이다. 프랑시스 블랑슈Francis Blanche(연극인, 코미디언, 연출가로 활동했던 그는 400여 개가 넘는 샹송을 작사하기도 했다)는 모든 게 항상 움직이는 세상 속에서는 뭐 하나를 치료해보겠다고 새 반창고를 붙이느니 차라리 변화를 생각하는 편이 훨씬 낫다고도 말하지 않았던가!특히 조직의 변화 안에는 특유의 룰이 있다. 그리고 그 룰에 얽혀 있는 수많은 함정을 잘 피해야 변화에 성공할 수 있다. 그 특유의 룰 중 하나가 바로 말이다. 잘 꾸며진 말은 무언가를 바꾸는 데 어느 정도의 역할은 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과장으로 그럴싸하게 포장된 말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명징한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다. 대체로 이런 말들은 변화의 참모습을 가리기 위한 방패 정도로 사용된다. 물론 때때로 그럴싸한 말 한마디가 변화를 이룰뻔하는 경우도 있다. 기업에 심각한 문제가 있어 그야말로 쫄딱 망하는 위기에 처했을 때, 승승장구하는 라이벌 회사의 발전을 더 이상 모르쇠로 일관할 수만은 없을 때, 그리고 갓 승진한 하룻강아지 사장이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발전을 강요할 때가 바로 그런 때이다. 우리는 눈앞에 보이는 구체적인 현실을 통해서만 인생을 아끼고 사랑할 수 있다. 인생을 사랑하는 것은 추상적이고 뜬구름만 잡는 그런 생각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그것은 추상적인 경험이 아니라 주변에 펼쳐진 풍경, 누군가와 숲 속을 거니는 것, 아이의 미소, 적절한 안주를 곁들인 술맛을 사랑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순간순간 눈앞에 펼쳐지는 현실에서 매력을 발견하고 삶을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으로 우리는 그렇게 사랑해온 것들을 한순간에 잃지는 않을까 두려워한다. 즉 익숙했던 일상의 평화가 깨지는 것, 다른 말로 변화를 두려워하고 싫어하는 것이다. 특히 이 변화가 우리가 여태껏 사랑해왔던 것을 잃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더 그렇다. 하지만 아쉽게도 대부분의 변화는 이런 결과를 가져오게 마련이다.흔히 사람들은 변화를 보존의 반대말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맥락에서 변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을 보수세력과 반대편에 놓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치세력들을 한번 보자. 그들 역시 이러한 이분법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지 않은가? 진보세력 대 보수세력! 자, 이제 다시 현실로 돌아와 이 이분법에 대해 가만히 생각해보자.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뭔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구체적인 예를 한번 들어보도록 하겠다.앞에서 말한 실다비아의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고 가정해보자.“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아주 심각한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은 일을 통해 사회의 구성원으로 거듭납니다. 이는 몇 세기 전부터 반복되어 온 사회의 풍습과도 같은 것이지요. 이렇게 젊은이들을 사회에 참여시킴으로써 국가가 건설적인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러한 사회 건설 풍습이 무너져가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별다른 대안도 없어 보인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점이 무척 걱정스럽습니다. 다른 곳에서 변화를 꾀하지 않고는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딱히 없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젊은이들이 일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다시 말해 이들의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변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우리가 오랫동안 소중히 여겨온 사회 건설의 풍습을 지키기 위해서는 변화가 반드시 필요합니다!”실다비아 대통령이 이런 연설을 했다면, 그는 더 ‘큰 보존을 위한 보존’의 일환으로 변화에 대한 화두를 연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이것이 바로 고정관념 때문에 생길 수 있는 변화에 대한 첫 번째 함정이 아닐까? 바로 변화와 보존을 양립화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가 변화를 받아들이는 이유는 더 중요한 것을 보존하기 위해서이다. 더 중요한 B를 보존하기 위해 A를 바꾸는 것이다. 왜냐하면 B가 A보다 더 소중하기 때문이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어느 날 아침, 일어났더니 온몸이 쑤시고 아프다. 그래서 위가 쓰릴 것을 각오하고 빈속에 진통제를 먹는다. 이는 원래의 건강상태를 되찾기 위한, 더 중요한 것을 보존하기 위한 행동의 일환으로 볼 수 있겠다. 이 예에서 나는 어떠한가? 나에게 더 중요한 것을 보존한다는 조건하에 불편한 점을 감수하고 변화를 받아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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