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있지 않은 것에 대한 이야기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해서는 지금껏 말한 ‘아직 있지 않은 것’을 생각해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프로젝트란 무엇인가? 미래에 일어날 일을 지금 상상하고 결정하는 것 아닌가! 변화에 관련된 인간 능력의 모든 기초는 바로 여기에 있다. 언어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없는 것을 바꿔 있는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능력이 그것이다. 예전에는 독일이 두 나라로 갈려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가? 유명한 프랑스 작가 프랑수아 모리악Francois Mauriac이 이런 말을 했다.“나는 독일이 너무 좋다. 그러니 독일이 두 개나 있다는 사실에 어찌 기뻐하지 않을 수 있는가!”통일 전의 독일은 독일민주공화국(동독)과 독일연방공화국(서독)으로 나뉘어 있었다. 여기서 질문 하나! 이 두 개의 독일 중 어느 쪽이 민주 국가였을까? 독일연방공화국이 정답이다. 왜 그럴까? 진짜 민주주의 국가는 ‘우리가 민주 국가요!’라고 내세울 필요가 없다. 그저 민주 국가임이 보이기 때문이다. 드러내려고 하지 않아도 보이고, 진실이며, 확실한 것은 굳이 내세워 말할 필요가 없다. 민주 국가라는 것을 꼭 밝히고 싶어서 아예 나라 이름에까지 ‘민주주의’라고 내건 나라는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단어로서의 ‘민주주의’와 현실에서의 ‘민주주의’ 사이에는 큰 벽이 놓여 있으니 말이다.다음의 예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어느 날 ‘10시 정각에 회의 시작’이라는 제목의 이메일 혹은 공문을 받았다고 가정하자. ‘10시’라는 단어가 정확한 시간을 알려줌에도 불구하고 ‘정각’이라는 말이 더 붙음으로써 자칫 너무 ‘오버’하는 것처럼 여겨질 수 있다. 그렇다면 글쓴이는 왜 ‘정각’이라는 단어를 덧붙였을까? 딱 봤을 땐 별 의미가 없어 보일 수도 있는 이 단어를 말이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이 단어를 사용하게 된 배경을 유추해볼 수 있다. 글쓴이는 바로 하나의 상황을 자세하게 써낸 것이다. 자연스럽게 몇 분씩 늦는 사람들을 통제하기 위해 ‘정각’이라는 말을 덧붙인 건 아닐까? ‘10시 정각에 회의 시작’이라는 문장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자.말에는 꼭 늦게 오는 사람들이 있어 10시에 회의가 시작되기 어려울 거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리고 글쓴이는 이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2차적인 관점에서 분석해본 이 문장의 의미는 1차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의 내용과 정반대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문장을 쓴 사람은 나름 신경 쓴 ‘거짓말’을 한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회의가 10시에 시작되지 못할 거라 생각하고 이 글을 쓴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글쓴이는 실제 일어나는 사실을 바꾸기 위해 거짓을 말한 것이다. 이는 리턴 효과의 한 맥락으로, 사실을 말하는 도구로서의 언어 사용이 아니라 사실을 바꾸기 위한 도구로서의 언어 사용으로 생각해볼 수 있겠다.인간이 가지고 있는 변화의 능력은 적응이 아니라 일종의 예상을 통해 이루어진다. 적응은 있는 그대로 세상을 받아들이고 그 세상과 더불어 사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무언가를 예상하는 과정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 아직 벌어지지 않은 것을 생각하는 것에서 출발해 궁극적으로는 세상을 바꾼다.우리는 흔히 이 두 과정을 대립시키곤 한다. 그러나 더 지혜로운 방법은 따로 있다. 대립을 시키느니 차라리 그 대립을 피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적응과 예상의 대립은 우리의 생각 속에서만 존재하지 정작 현실 속에서는 두 입장이 대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흑 혹은 백’이 아니라는 말이다. 무언가를 변화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말은 적응과 예상을 적당히 절충시켰다는 말이다.무언가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킨 성공신화는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첫째, 여러 가지 방해요소를 먼저 파악한 뒤, 그러니까 현실을 진지하게 고려한 다음 변화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즉 현실적인 시각으로 변화 프로젝트를 계획한 것이다. 둘째, 현실에 놓인 장애요소를 피하기보다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으려는 생각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두 가지의 일을 한꺼번에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지금 시도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적응만 생각하는 사람은 단기적인 전략에 목숨을 바칠 수밖에 없다. 한 회사의 경영자가 그 회사를 위협하는 외부의 막강세력들에 대해 사원들에게 얘기한다고 생각해보자. 사원들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그저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치며 꺼져가는 회사의 운명을 슬퍼하는 수밖에. 왜 그런가? 주변의 그 무엇도 회사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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