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해한 함정
참여에 관한 또 다른 점을 지적해보자. 참여에 대한 의지는 때때로 한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 나쁜 점까지 간과하게 만들 수 있다. 참여의지는 인간이 의미를 만들어내는 존재라는 생각에 기반을 두고 있다. 별 의미 없는 것에도 의미를 둘 수 있는 것이 인간이라는 생각, 즉 가짜 영국인을 돕는 것 같은 경우 말이다. 이는 내가 과거에 내린 결정은 모두 옳다고 믿고 싶어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런 생각은 내 과거의 삶에 어떤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한다. 결과적으로 내가 어떤 결정을 내리고, 그 일에 참여하면 할수록 그 결정과 행동이 잘한 일이라고 믿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결정이나 행동이 잘못될 경우, 이에 대해 냉철한 판단을 하기가 어려워진다. 이를 우리는 ‘난해한 함정’이라고 부른다. 하버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예로 들어보겠다. 전략 A와 전략 B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는 실험을 했다. 하지만 실험 조건을 모든 학생들이 전략 A를 택하도록 조작해놓았다. 그리고 2년이 지난 후, 똑같은 실험을 다시 반복한다. 그리고 모두가 선택한 전략 A가 큰 실패를 거두었음을 분명히 밝힌다. 상식대로라면 이번에는 전략 B를 택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학생들의 일부분은 당연해 보이는 이 선택, 즉 전략 B를 택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예전에 전략 A를 택했던 자신의 결정이 이번 결정에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컨트롤에 관한 실험이 보여주는 결과이다.만일 당시 실험에 참여하지 않았던 다른 학생들을 대상으로 2년 전에 똑같은 실험을 했는데, 그때 모두가 택했던 전략 A가 실패로 돌아갔다고 설명한다면, 모두들 당연히 전략 B를 선택할 것이다. 하지만 첫 번째 결정에 참여를 했느냐 안 했느냐에 따라 상황에 대한 판단력이 달라지게 된다.어떤 이들에게는 첫 번째의 결정이 두 번째의 결정을 내리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왜냐하면 첫 번째의 결정을 지지해야 한다는 생각이 두 번째의 결정을 내릴 때 영향을 미치고 혼란을 일으키기 때문이다.이는 싼 가격에 중고차를 구입한 경우와 맥락이 같다. 싼 가격에 차를 구입한 당신은 당신의 결정에 제법 만족스럽다. 하지만 얼마 안 가 변속기가 고장이 난다. 물론 변속기를 고치는 가격은 자동차 값에 비해 훨씬 싸다. 그래서 당신은 변속기를 새것으로 바꾼다. 조금 안 있어 이번에는 타이어를 갈아야 할 때가 온다. 당신은 이렇게 생각한다. ‘타이어를 바꾸려면 돈이 들지만 그래도 변속기는 새것이잖아’라고 말이다. 그래서 당신은 이내 타이어를 교체한다. 그러고 얼마 안 가 이번에는 배기관에 문제가 생긴다. 그러면 당신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변속기도 새것이고, 타이어도 새로 바꿨잖아. 이제 와서 이 차를 포기할 수는 없어.’ 그래서 이번에는 배기관도 새것으로 바꾼다. 자동차에 돈을 쏟아부으면 부을수록 돈을 더 쓸 수밖에 없게 만드는 상황이 된다.이런 난해한 함정에 빠지게 되는 예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부조리하면 부조리할수록 우리는 계속해서 이 부조리함을 진행하려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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